아침, 로마에서의 두 번째 날이 밝았습니다.

숙소를 나서서 로마 테르미니 역으로 갑니다.

로마 중심에 위치한 교통의 중심지입니다.



오늘 일정은 바티칸입니다.

전철을 타러 가면서 이미 설레는 마음입니다.

왜냐구요? 그야 당연히...

 

 

이 장면을 보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 곳 복도에 서서 저 쿠폴라를 본다는 것

그건 르네상스 최고의 전성기를 찾아왔다는 것을 말하니까요.

 

저 아름다운 쿠폴라와 그 앞에 있을 작은 예배당의 천장화와 벽화.

그 곳이 오늘 일정의 목적지입니다.

 

오른쪽으로 들어서서 피나코테카로 들어갑니다.

길을 잘못 들어서 시대 역순으로 교황들이 모은

당대 최고의 그림들을 감상합니다.


카라바조의 '무덤에 내려지는 예수'가 

가장 많은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들어 놓고 있습니다만


저는 그 곳을 지나쳐 이 곳에 머뭅니다.

 


바로 조토의 세폭 제단화입니다.

이 그림을 그릴 화가를 선정하기 위해 

교황이 추기경을 시켜 각 지역 돌아보게 합니다.

화가들의 실력을 보고 싶어 데셍을 한 점 받아오라고 하지요.


하지만 피렌체에서 추기경이 받아든 것은 동그라미 그림 하나입니다.

조토는 자신의 실력을 보여주기에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합니다.


추기경은 투덜거리고 돌아왔지만 교황은 조토를 선정합니다.

그 동그라미가 너무나 완벽했기 때문입니다.

벌써 700 년이 되어가는 일이네요.


마음은 이미 시스티나 예배당으로 달려가고 있습니다.

대신 그 전에 라파엘로의 방을 둘러보아야 합니다.

당시 로마에 있는 모든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천재

라파엘로의 대작 그림들이 교황의 집무실과 부속실들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드디어 그 곳에 섭니다.

시스티나 예배당. 

미켈란젤로의 천장화 모든 공간을 압도합니다.


잠시 머물러 하나하나 그 그림들을 보다가

시선을 내려 이 보다 60년 전에 그려진 14점의 벽화를 봅니다.

보티첼리, 기를란다요, 페루지노, 시뇨렐리 등 당대의 거장들이

자신의 실력을 뽐냈던 걸작들입니다.



밝고 따스한 색채를 보니 기를란다요의 그림입니다.

550년이 지난 지금 보기에도 뛰어난 그림입니다.

기를란다요는 미술을 처음 시작한 미켈란젤로의 스승입니다.

제자 미켈란젤로의 그림이 위를 덮자 

당대 최고의 자리에 있었던 그림은 모두의 관심에서 잊혀지고 말았습니다..


카페테리아에서 식사를 마치고 

피오 클레멘티노 관에서 고대 조각들을 감상합니다.

라오콘과 벨베데레의 아폴론이 가장 인기가 많습니다.

그런데 저는 모두의 관심에서 비켜간 이 조각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너무나 오래 전 이름 모를 조각가에 의해 태어난

어린 병사들의 눈빛이 무언가를 절실히 말해주고 있습니다.

이들 바로 곁에 놓여진 비너스는 이들의 이야기를 잘 알고 있을까요? 

 


박물관 구경을 마치고 성 베드로 성당으로 향합니다.

무엇보다 먼저 달려가야 하는 곳은 바로 입구 옆에 있는 피에타입니다.

방탄유리에 가려져 저 멀리 덩그란히 놓여진 피에타. 

 

그런데 조용해야 할 이 공간에 무슨 소리일까요?

 


중앙 제단을 덮고 있는 발다키노(베르니니의 천개)가 단장 중입니다.

독한 세제를 쓰는지 작업인부가 완전히 무장을 하고 있습니다.

아마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여기저기 단장을 하는 일환으로 보입니다.

 

성 베드로 성당은 세상에서 가장 큰 성당이라고 합니다.

이 안에 들어서는 순간 그 누구라도 그 위용에 압도당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 넓이도 넓이지만 그 높이가 상상을 초월합니다.

우리나라에 있는 큰 성당의 수 십 배는 족히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쿠폴라로 향합니다.

미켈란젤로가 만든 쿠폴라 올라가는 길.

이제 위험한 곳은 철제로 바뀌었네요.



로마가 눈 아래 있습니다.

저 멀리 산탄젤로 성이 보이네요. 

로마 르네상스가 종언을 고한 상징적인 곳이기도 합니다.

클레멘스 7세는 이 곳에서 스페인의 카를로스 황제에게 항복을 하고

로마는 철저하게 약탈을 당했습니다.



쿠폴라에서 내려오니 바티칸 성당의 광장이 펼쳐집니다.

갈매기는 먹을 것을 기대하는 눈치인데

그 누구도 선뜻 먹이를 던져주지 않네요.



바티칸 시국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스위스 근위병이 화려한 의상을 입고 경비를 서고 있습니다.

이들은 조상들의 아픈 역사를 간직한 채 

영세 중립국의 병사로서 이 곳 카톨릭의 본산을 지킵니다.


악센트는 소매와 양말이네요.



차 한잔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레푸블리카 광장에서 내립니다.

산타 마리아 데글리 안젤리 성당을 보기 위해서입니다.

겉모습만으로 평가하면 크게 후회하는 성당입니다.

감동을 안은 사진작가는 고대 로마시대 목욕탕 시설로 지어진 

단단한 벽을 향해 연신 셔터를 누릅니다.

 

로마의 하늘빛은 피렌체의 그것 만큼이나 아름답습니다.

레푸블리카 광장의 조명과 어울려 잊을 수 없는 인상을 남깁니다.



이렇게 르네상스의 절정, 로마와의 만남이 끝납니다.

이 깊고도 웅장한 이야기를 책 속에 온전히 담을 수 있을까요?

피렌체에서 느낀 것보다 더 큰 부담감이 숙소로 돌아가는 이의 마음에 찾아옵니다.



이제 베네치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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