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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문학 투어14 이탈리아를 가다_ 피렌체 3


피렌체 마지막 날.

오후에 예약된 기차시간까지 남은 일정을 시작합니다.

 

산 지오반니 세례당.

1399년 두 번째로 피렌체에 찾아온 페스트가 큰 사망자 없이 물러가고 

이를 신의 은총으로 생각한 피렌체 시민들은 이 세례당에 청동문을 만들어 신에게 바치기로 합니다.


당시 유럽을 지배하던 중세의 국제고딕 양식의 벽화들이 세례당 내부를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화려한 금빛 바탕 위에 성인들의 모습들이 정성스럽게 그려져 있습니다. 


세례당을 나와 일행을 기다립니다.

두오모 앞 광장.

관광객을 태우고 피렌체를 누비고 다녀야 할 

잘 생긴 말 한 마리가 아침식사를 하는 중입니다.


 

 

주인과 말 사이에 흐르는 분위기가

보는 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오늘 이들은 어떤 일상을 보내게 될까요?


일행과 합류해 바삐 찾아간 곳은 바르젤로 국립 미술관입니다.

도나텔로의 걸작을 만날 수 있는 곳입니다.

 

저는 우선 루카 델라 롭비아의 테라코타 작품들이 눈에 들어 왔습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즉 당대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작품 스타일입니다.



당시 조각은 교회나 부유한 가문에서나 주문할 수 있었던 것으로

일반적인 서민들은 꿈도 꿀 수 없는 고가의 상품이었습니다.

루카 델라 롭비아는 이런 상황을 잘 이해하고

서민들도 부담 없이 자신의 집에 가져다 놓을 수 있는

채색 테라코타 작품으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의 성공으로 당시 최고의 수준을 자랑하던 도나텔로 공방은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됩니다. 시대에 뒤떨어진 공방으로 인식될 정도로.


하지만 예술품의 진정한 가치는 당시 유행에서 한 발 떨어진 곳에 있지 않을까요?

이 곳 바르젤로 미술관을 찾아 오는 이들의 대부분은 바로 이 작품,

도나텔로의 청동상 다비드를 보러 옵니다. 


중세를 지나면서 거의 사라진 청동조각 기술을 완벽하게 재현한 시대적 걸작입니다. 

도나텔로의 제자 베로키오가 만든 또 다른 다비드가 함께 놓여 있습니다.



바르젤로 미술관을 나와 잠시 논의를 하고 다시 미켈란젤로 광장으로 향합니다.

첫 날 야경만 바라본 아쉬움을 갖고 있던 터라 아침 나절의 피렌체를 보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옅은 안개가 시내를 덮고 있네요. 은은한 매력이 있었지만 다소 아쉬웠습니다.

 

대신 다른 볼거리가 운 좋게 우리를 맞이했습니다.

미켈란젤로 광장에 미니카들의 가득 메우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카퍼레이드를 준비중입니다.

피아트에서 만든 작은 차들이 함께 모여 피렌체 시내를 한 바퀴 도는 행사가 있나 봅니다.

앙증맞은 차들 수십 대가 한 곳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이 장관입니다.



버스를 타고 또 걷고 걸어서 피티궁에 도착합니다. 

일단 먹어야죠. 산토 스피리토 성당 옆의 피자집에서 허기를 채웁니다.

피티궁은 토스카나 지역을 지배하게 된 코시모 대공의 궁전입니다.

이곳 궁전의 한 쪽을 활용해 운영하고 있는 팔라티나 미술관은

우피치 미술관에 필적한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걸작들을 다수 소장하고 있습니다.

 

그 중 하이라이트죠. 라파엘로의 방에는 대공의 성모와 세기올라의 성모가 마주하고 있습니다.

그 옆 방에 있는 라파엘로가 진심으로 사랑했던 여인, 마르게리타 루티의 사랑스러운 모습과 함께 관람객들의 발길을 하염없이 붙듭니다.



피티궁에 왔으면 그 뒤의 보볼리 정원을 둘러봐야 합니다. 

공들여 다듬은 정원수들이 미로를 만들고 있는 아름다운 정원입니다.

그 위에 크지 않은 연못이 있고 물 위에는 오리들이, 조각상 위에는 비둘기들이

자신들의 영토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오리들을 열심히 찍는 한 남자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제 모든 일정이 끝났습니다.

기차시간까지 약간의 여유가 있어 두오모 앞에서 차 한잔의 여유를 즐깁니다.

 

이제 정말 떠날 시간입니다. 

아쉬운 마음 가득 머금고 짐을 찾으러 가는 길.

문득 열려진 창문이 눈에 들어옵니다.  

 

 

삼일이라는 시간만으로 충분할 거라 생각하진 않았습니다.

피렌체가 품은 이야기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지요. 

 

그저 비스듬히 열린 저 창문만큼 보고 가는 느낌입니다.

 

이제 로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