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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문학 투어14 이탈리아를 가다_ 피렌체 2

다시 하루를 시작합니다.

어제 파업 여파로 일정을 다시 조정하고 출발합니다.

그 시작은 집에서 가까운 산 로렌초 성당 지하에 있는 메디치 예배당. 

 

가족 전용 성당이 다른 성당을 압도할 정도라니

메디치 가문이 누린 권세가 짐작이 됩니다.

 

조상 잘 둔 덕에, 그리고 여러 가지 운을 업고 피렌체는 물론 

토스카나 지역 전체를 다스리는 대공으로 임명된 코시모 1세.

그의 영광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묘소의 쿠폴라입니다.

 


설레는 마음을 갖고 미켈란젤로가 설계한 신 성구실로 갑니다.

그 친구가 첫 눈에 들어옵니다.

모든 걸 물려 받았지만 자신의 가문을 잘 지켜내지 못했던 남자.

미켈란젤로가 느무르 공작 줄리아노의 얼굴을 아름답게 남겼습니다.



밤에 적지 않은 비가 왔었던 터라 길 위의 포석 위에 물이 고여 있습니다.

베키오 궁전의 높은 탑이 눈에 들어 오네요. 바로 우피치 미술관 가는 길입니다.

 


우피치 미술관에서 광속 셔터질을 했나 봅니다.

사진 넘버가 어마어마하게 넘어가네요. 

늘 남의 사진만 보다가 제 사진을 갖고 싶은 마음에 그랬던가 봅니다.

 

다음 전시실로 가던 중에 잠시 쉬는 곳. 베키오 다리가 눈에 들어옵니다. 

흐린 날이었지만 지붕 위로 찬란한 햇살이 밀려들어 옵니다.



우피치는 이탈리아 르네상스에 관한 한 가장 훌륭한 컬렉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르네상스가 시작되던 시기에서 전성기로 접어드는 시기에서는

다른 미술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길, 창문으로 피렌체의 대기를 머금은 빛이 

우피치 미술관의 모던한 계단 길에 밀려 들어옵니다.

 


우피치를 나와 산타 크로체 성당으로 향합니다.

유서 깊은 이 성당에는 피렌체를 빛낸 위인들이 잠들어 있습니다. 

성당을 둘러 보면 벽면에, 그리고 발밑에 많은 무덤이 있습니다.

조르조 바사리가 정성을 다해 만든 미켈란젤로의 무덤도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눈에 들어온 곳이 있습니다.

중앙제단 바로 오른편 첫 번째 예배당. 가장 좋은 자리입니다.

14세기까지 피렌체를 좌지우지 했던 바르디 가문에서 이 곳을 차지했죠.

그리고 이 곳을 장식하기 위해 당시 최고의 거장 조토를 불렀습니다.

 

프란체스코 성인의 일대기가 그려진 이 예배당.

600년이 지난 지금도 많은 이들의 발길을 붙듭니다.

 


우리의 발걸음은 베키오 궁으로 향합니다.

피렌체의 중요한 역사적 사건들과 함께 했던 이 곳 베키오 궁.

미켈란젤로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대결이 펼쳐진 곳으로도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많은 화려하고 웅장한 볼거리들도 많았지만 제 눈에 들어온 건 이겁니다.

베로키오가 천진난만한 어린 악동의 표정을 제대로 잡아냈네요. 

 


리카르디 저택에 들러 고촐리의 동방박사의 경배를 둘러보고

발걸음을 부지런히 놀려 산 마르코 수도원으로 향합니다.

 

프라 안젤리코의 그림이 방방마다 그려진 이곳.

코시모 일 베키오의 집무실이 너무나 소박해 미소를 짓게 합니다.

모퉁이를 크게 돌아 찾아간 곳은 코시모 사후 30년이 지나

피렌체를 광신의 소용돌이로 몰고갔던 사보나롤라의 집무실입니다.

그가 썼던 책상일까요?

유리가 낮섭니다.



산 마르코 수도원 바로 옆에는 그 유명한 다비드 상 원본이 있습니다.

아카데미아 미술관에 들어가니 토요일 오후라 갑자기 사람들이 붐비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그림들과 조각들은 다 무시하고 무조건 달려간 곳은 바로 이 곳입니다.


발을 디딘 다비드의 종아리에서 긴장감이 팽팽히 흐릅니다.

가까이에서 보면 볼수록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제가 주저리주저리 떠드는 소리를 한국인으로 보이는 두 젊은이가 귀를 쫑긋 세우고

열심히 듣고 있었습니다.

 


어느새 밤이 와 있었습니다.

하늘이 놀라운 색깔을 뿜어내고 있습니다.


냉정과 열정 사이의 명소.

죄 없는 이들의 쉼터 앞 광장입니다.

브루넬레스키의 손길이 닿아 있는 이 곳은 고요합니다.

그저 코시모 대공의 청동기마상이 저 멀리 두오모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크리스마스를 위해 드리워진 전구들이 그의 앞을 밝히고 있네요.



이제 완전히 어둠이 내렸습니다. 

두오모 쿠폴라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보기 위해

조토의 종탐에 올랐습니다.

이렇게 하루가 갑니다.